분석 REPORT

지역 방송의 실험, 엠키타카(MKTK)는 어떻게 성공했나

뉴스사색 2026. 2. 12. 17:24

과거 대한민국 미디어 시장은 철저하게 규모의 경제와 중앙집권적 논리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중앙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유력 매체들은 자본과 인력, 그리고 정보의 독점권을 바탕으로 전국 단위의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주도해 왔다. 이러한 환경에서 지역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물리적 가시청권이라는 지리적 경계 안에 갇힌 채, 중앙 방송의 콘텐츠를 재송출하거나 지역 내의 파편화된 소식을 전달하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야 했다. 이는 지역 방송사가 가진 고유의 정체성과 지역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결과적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을 심화시키는 미디어 구조를 형성했다.   

채널명 소속 방송사 주요 성과 및 구독자 규모 전략적 특징
엠키타카 MBC경남 100만 명 돌파 (2024년 기준) 지역 지상파 최초 '골드 버튼' 획득, 정치·이슈 특화
KNN KNN 지역 언론 유튜브 TOP 3 디지털 뉴스룸 강화, 실시간 스트리밍 및 사건·사고 속보
JTV JTV전주방송 지역 언론 유튜브 TOP 3 '뉴스파다 외전' 등 국회 청문회 클립 기반 팬덤 형성
광주MBC 광주MBC 서브 채널 다각화 (얼씨구TV 등) 아카이빙 자산 재활용 및 타겟별 전문 채널 운영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가속화된 유튜브 등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은 이러한 미디어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더 이상 지리적 경계나 방송사의 규모를 최우선 순위로 두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자신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 전 세계의 플랫폼을 항해하며, 이는 역설적으로 지역 방송사들에게 전국, 나아가 전 세계 이용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MBC경남의 '엠키타카'는 2024년 하반기에만 구독자가 약 45만 명 증가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KNN은 2021년 당시 구독자가 5만 명 수준이었으나, 2023년 뉴미디어국 개편 이후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하며 지역 언론 최상위권 채널로 도약했다.


엠키타카의 첫 번째 성공 전략은 지역 방송국의 이름을 전면에 노출하지 않는 것이었다. 초기 'MBC경남 엔터테인먼트'라는 명칭으로 운영되던 채널을 내부 공모를 통해 '엠키타카'로 변경하며, 지상파 방송사가 가진 엄숙주의와 지역적 한계를 지워냈다. 이는 유튜브라는 완전히 다른 경쟁 시장에서 기득권을 버리고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엠키타카'라는 이름 자체도 시청자와의 활발한 소통(티키타카)을 지향하며, 정치·사회적 의제를 딱딱한 뉴스 형식이 아닌 젊은 세대의 언어로 전달하겠다는 정체성을 담고 있다.   


엠키타카 성장의 결정적 변곡점은 국회 인터넷 영상과 정부 e브리핑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저작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지점이다. 2023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당시 국방부 대변인과 기자 간의 설전을 담은 브리핑 영상을 업로드하며 유의미한 조회수를 확인한 제작진은, 이를 기점으로 정치 및 사회 이슈의 클립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2024년 발생한 ‘채 상병 특검 청문회’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국가적 관심사가 집중된 사안들을 다룬 <뉴스파다 외전> 시리즈는 채널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제작진은 라이브 영상을 단순히 중계하는 수준을 넘어, 의원별 발언이나 주제별 맥락에 따라 세밀하게 편집하여 하루에도 수십 개의 클립을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전략을 취했다. 이러한 물량 공세와 맥락 중심의 편집은 특정 이슈의 전말을 파악하고자 하는 고관여 시청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관통했다.

엠키타카의 제작 시스템은 '속도'와 '데이터'라는 두 축으로 움직인다. 제작부장을 포함한 단 4명의 전담 팀은 역할 분담을 통해 기성 언론사가 흉내 내기 어려운 대응 속도를 확보했다.


10초의 법칙: 라이브 영상이 종료되기 전 이미 썸네일과 카피를 준비해 두었다가, 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결과물을 업로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정보의 휘발성이 강한 유튜브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이다.

틈새 시간 공략: 대형 언론사의 인력이 퇴근하는 저녁 8시 이후의 국회 라이브 상황을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경쟁 없는 시장을 확보하는 '무혈입성' 전략을 구사했다.   

데이터 기반 벤치마킹: 초기에는 서울 본사나 오마이TV 등 대형 채널의 성과를 분석하여 시청자가 반응하는 썸네일 디자인과 제목의 문법을 철저히 학습하고 내재화했다.

엠키타카가 정치·이슈 중심의 성과를 냈다면, 다른 지역 방송사들은 각자의 지역적 특색과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여 차별화된 성공 방정식을 써내려가고 있다.

KNN: 디지털 뉴스룸 개편
부산·경남 지역의 민영 방송사 KNN은 2023년부터 뉴미디어국을 전면 개편하고 장비와 인력 투자를 대폭 늘렸다. 과거 아카이빙 수준에 머물렀던 유튜브 채널을 디지털 전용 뉴스 생산 기지로 전환하면서, 사건·사고와 온라인 화제성 이슈를 실시간으로 다루는 스트리밍 역량을 강화했다. 이는 지역 언론이 지역 내 소식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의 정보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광주MBC: 아카이빙의 가치 재창출과 세분화 전략


광주MBC는 '창고 속의 테이프'를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아카이빙 전략'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19년 전 제작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다큐멘터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연설 영상 등을 시의성에 맞게 재발굴하여 업로드함으로써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는 지역 방송사가 보유한 역사적 기록물이 디지털 시대에 얼마나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방증한다.   

전주MBC 및 JTV: 지역 문화의 글로벌화와 이슈 선점


전주MBC는 전주대사습놀이 등 지역의 독특한 문화 자산을 글로벌 트렌드인 'K-컬처'와 결합하여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소구하고 있다. 한편 JTV 전주방송은 엠키타카와 유사하게 국회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팬덤'을 형성하는 전략을 통해 구독자 수를 빠르게 확장하며 지역 민영 방송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지역 방송사들의 이러한 약진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한계와 그림자는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다.


지역 방송사는 대형 언론사에 비해 현저히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야 한다. 많은 경우 전담 인력이 없거나 소수의 인원이 기존 방송 제작 업무와 병행하며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은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상당 기간을 견뎌야 하는 플랫폼 경쟁에서 지역 방송사를 불리하게 만든다. 특히 경영진이 단기 성과에 집착할 경우 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디지털 전환의 동력을 잃게 될 위험이 크다.   

MBC 계열사와 달리 지역 민영 방송사들은 네트워크 본사와의 관계나 구글과의 CMS 계약 미비로 인해 음원 저작권 등의 문제에서 훨씬 더 취약한 구조에 놓여 있다. 이는 기존 방송 영상을 재가공하거나 창의적인 쇼츠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커다란 제약으로 작용한다.   

가장 뼈아픈 비판은 '지역 방송인데 지역이 없다'는 점이다. 구독자와 조회수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적인 정치 이슈나 자극적인 사건·사고에 치중하다 보면, 정작 지역 방송의 본령인 지역 공동체의 삶과 공익적 가치를 소홀히 하게 된다. 이는 '지역성'이라는 방송사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지역 방송을 단순히 전국구 이슈를 재가공하는 '클립 공장'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역 방송사가 단순한 '송출 처'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 7분짜리 리포트나 50분짜리 정규 편성이라는 TV 문법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 유튜브와 틱톡 등 플랫폼의 문법에 최적화된 '쇼츠(Shorts)'와 실시간 스트리밍을 제작의 중심에 두는 등 기존 인식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역설적으로 지역만이 가진 고유한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전주MBC의 사례처럼 지역의 전통문화나 독특한 생활 양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는 전국구 매체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지역 방송사만의 독점적 IP(지식재산권)가 된다.  

지역 방송사가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인 만큼, 지자체 및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도시 재생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영국의 맨체스터 미디어 시티 사례처럼 디지털 산업 클러스터의 핵심 동력으로서 지역 방송사가 기능할 때,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MBC경남 '엠키타카'의 성공은 지역 방송이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들은 기성 방송의 권위를 버리고 '속도'와 '소통'이라는 디지털의 핵심 가치를 붙잡음으로써 지역 미디어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별 채널의 흥행이 지역 방송 생태계 전체의 건강한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함께 방송사 내부의 뼈를 깎는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엠키타카의 실험이 단발적인 성공에 그치지 않고 지역 방송의 지속 가능한 미래 모델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